'설계자' 없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민형배의 '독자 노선'은 연착륙 가능할까?
[광주=이홍래기자] 전남광주 행정 통합의 밑그림을 그리고 추진 동력을 만들어온 김영록·강기정 두 현직 단체장이 민주당 결선 국면에서 '3각 연대'를 형성하며 배수진을 쳤다. 만약 이들 설계자와 조력자(신정훈)의 연대를 뚫고 민형배 후보가 통합특별시의 첫 키를 잡게 될 경우, 제안자들이 빠진 ‘주인 없는 설계도’ 위에서 통합 행정이 제 속도를 낼 수 있을지를 두고 지역 정가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엔진 설계자 배제된 ‘통합 열차’… 행정 연속성 끊길 우려
전남광주 통합은 단순한 물리적 합병이 아닌, 수십 년간 얽혀온 이해관계를 푸는 고차방정식이다. 이를 주도해온 김영록 후보와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부와의 협상, 특별법 제정, 시·도민 설득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직접 이끌어온 ‘엔진 설계자’들이다.
만약 민형배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존의 통합 로드맵은 전면 재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민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기존 주류 세력의 도덕성과 행정 능력을 강하게 비판해왔기에, 당선 이후 김 후보와 강 시장이 구축해놓은 협력 네트워크를 그대로 이어받기보다는 ‘인적·정책적 인적 쇄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공백’이다. 중앙정부인 행정안전부와의 기존 합의 사항이나 특별법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경우, 통합특별시는 출범 전부터 동력을 잃은 ‘앙꼬 없는 찐빵’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인가 독단인가… 민형배식 ‘선명성’이 가져올 리스크
민형배 후보의 강점은 강력한 개혁성과 선명성이다. 하지만 행정 통합은 ‘투쟁’이 아닌 ‘타협’의 산물이다. 신정훈 전 후보가 지적했듯, 통합의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포용과 협치의 정신이 필수적이다. 민 후보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전남·광주의 기존 공직 사회와 지자체장들을 아우르는 ‘조력자’ 없이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지역 간 이기주의와 갈등을 조정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예산 배분, 청사 소재지 결정, 공공기관 이전 등 민감한 현안마다 ‘제안자’들의 협조 없이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힐 위험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민 후보의 당선이 자칫 ‘통합 무산’이나 ‘무늬만 통합’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설계자의 의도를 무시한 시공은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인사이트] 민형배의 승부수, ‘과거의 설계도’를 넘는 ‘새로운 엔진’ 보여줘야
민형배 후보가 김영록·강기정·신정훈으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를 깨고 통합특별시를 성공시키려면, 그들이 만들지 못한 ‘새로운 앙꼬’를 증명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설계자들이 없어서 안 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관료 중심의 통합이 아닌 ‘시민 주도형 혁신 통합’이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김영록 후보의 행정 경험과 강기정 시장의 추진력이 빠진 자리를 민 후보는 특유의 ‘정치적 돌파력’과 ‘이재명 대표와의 호흡’으로 채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행정은 실전이다. 민 후보가 당선 직후 이들 ‘설계자’들을 국정 파트너로 포용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면, 통합특별시는 화려한 출범식 뒤에 극심한 내부 갈등이라는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결국 민 후보에게 필요한 전략은 ‘기존 세력 부정’이 아니라, 그들의 설계를 흡수해 더 큰 빌딩을 짓겠다는 ‘통합적 리더십’의 가시화에 있다.
팩트체크 (Fact Check)
- 통합 추진의 주체성: 현재 전남광주 행정 통합의 공식 채널과 특별법 기초 작업은 김영록 도정과 강기정 시정의 실무진들이 주도하고 있다. (사실)
- 민형배 후보의 입장: 민 후보는 행정 통합 자체에는 찬성하나, 추진 방식과 주체들의 도덕성 및 역량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사실)
- 특별법 통과 가능성: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해서는 국회 특별법 통과가 필수적이며, 이는 여야 협상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권의 일치된 목소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사실)
- 행정 통합은 방대한 조례 개정과 예산 조정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설계해온 두 단체장의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단절되면, 실무 단계에서 극심한 혼선이 발생한다. 특히 전남·광주 공무원 조직의 협조를 끌어낼 ‘심리적 지지 기반’이 약해 행정 동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 '승자의 독식'이 아닌 '협치형 정부' 구성을 약속해야 한다. 당선 직후 강기정 시장과 신정훈 전 후보의 핵심 공약을 통합 시정에 반영하는 ‘공동 정부’ 수준의 정책 연대를 선언하고, 김영록 후보가 닦아놓은 정부 협상 채널을 존중하며 계승하는 유연함을 보여줘야만 실질적인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