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 넘는 전남 당심의 무게… 김영록, 12%p 열세 뒤집을 ‘숫자의 역설’
[광주=이홍래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시장 결선이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론조사 상의 수치와 실제 투표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른바 ‘샤이 전남’의 반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민형배 예비후보가 일반 시민 여론조사에서 12%p 차로 앞서고 있으나, 민주당 경선 승패의 키를 쥔 ‘권리당원’의 비중과 규모 면에서 전라남도가 광주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김영록 예비후보가 전남의 압도적 당원 결집을 이끌어낼 경우, 여론조사의 격차는 착시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쪽수’가 다른 전남 권리당원… 표의 등가성이 판 흔든다
민주당 경선은 통상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시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목할 점은 전라남도의 권리당원 수가 광주광역시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다. 정치권 추산에 따르면 전남의 권리당원은 광주의 약 2배를 상회한다. 이는 동일한 지지율이라도 전남에서의 한 표가 갖는 실질적 파괴력이 광주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일반 여론조사에서 민 후보가 광주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앞서가더라도, 전남 지사로서 8년간 조직을 관리해온 김 후보가 전남 당원들의 투표율을 극대화한다면 결과는 단숨에 뒤집힐 수 있다. 민심(民心)이 광주의 ‘바람’을 타고 있다면, 당심(黨心)은 전남의 ‘뿌리’에 박혀 있는 형국이다. 김 후보 측이 여론조사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자신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탄탄한 ‘수적 우위’의 계산이 깔려 있다.
통합시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전남 유권자들은 자칫 광주 중심으로 쏠릴 수 있는 행정 주도권을 우려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러한 전남의 위기 의식을 결집의 동력으로 삼아 ‘전남 대망론’을 자극하고 있다. 조직의 밀도가 높은 농어촌 지역 당원들이 높은 투표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김 후보에게 강력한 우군이 된다.
현직 지사 ‘실적의 힘’… 검증된 안정감이 조직을 깨운다
김영록 예비후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22개 시·군을 아우르는 촘촘한 행정망과 현직 프리미엄이다. 지사 재임 시절 구축한 관변 단체와 지역 유지, 그리고 기초의원들로 연결되는 하향식 조직 체계는 선거 막판 ‘투표 독려’ 단계에서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이는 단순한 인지도와는 다른, 실질적인 ‘동원력’의 차이를 만든다.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당원층에게 김 후보는 ‘실패하지 않을 카드’로 인식된다. 민 후보가 개혁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광주 도심의 젊은 층과 활동가들을 공략한다면, 김 후보는 전남 전역에 퍼져 있는 중장년층 핵심 당원들의 ‘안정 지향’ 정서를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조직적 결집은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의 힘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바람’의 민형배 vs ‘뿌리’의 김영록… 결선은 당심 싸움
민형배 예비후보가 가진 12%p의 격차는 광주의 뜨거운 지지 열기를 반영한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의 역사에서 여론조사 우세가 당원 투표에서 뒤집힌 사례는 부지기수다. 민 후보가 광주의 바람을 전남의 깊은 계곡까지 전달하지 못한다면, 전남의 거대한 당원 조직이 뿜어내는 수적 압박을 견뎌내기 어려울 수 있다.
경선이 막바지로 갈수록 양측의 전략은 극명하게 갈린다. 민 후보는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광주의 높은 투표율을 유도하고 있으며, 김 후보는 ‘역전승’을 위해 전남의 조직력을 총가동하고 있다. 결국 통합시의 첫 리더는 광주의 개혁적 열망과 전남의 조직적 안정감 중 어느 쪽이 더 높은 밀도로 투표함에 담기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호남 정치의 지형을 바꿀 이번 결선은 ‘여론의 수치’보다 ‘조직의 깊이’가 더 무거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전남의 당심이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면, 민 후보의 12%p 격차는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팩트체크: 권리당원 분포와 경선 영향력
- 권리당원 수 분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민주당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전남의 권리당원 비중은 광주 대비 약 1.8~2.2배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다. 이는 경선 합산 시 전남의 당원 투표 결과가 전체 점수의 상당 부분을 결정짓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 현직 지사 프리미엄: 전라남도청에 따르면 김영록 후보는 재임 중 전남 시·군 순방 등을 통해 지역 바닥 조직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이러한 행정 네트워크는 선거 시 조직적 투표 독려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 여론조사 보정치: 일반 여론조사는 인구 비례로 가중치를 부여하지만, 민주당 경선은 당원 투표와 시민 조사를 5:5로 합산한다. 따라서 당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여론조사 상의 10~15%p 격차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